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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기록
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 본문
오랜만에 커피빈에 왔다. 커피빈 자체는 역삼 부근에서도 다녔지만, 이 커피빈은 약간 특별하다. 몇 차례의 리모델링에도 불구하고 학부 때부터 여러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. 그런데 문득 이곳에 앉아 있자니, 지난 십몇 년 동안 결국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. 하지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힘이 없다. 여러 단계의 생각을 통해 의지를 일으켜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. 이미 일상은 무너진 지 오래인데, 나 혼자만 부정하고 있는 느낌이다. 출발부터 늦어지면서, 이제는 길의 흔적조차 희미해진 것 같다.
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발끝에서부터 의지를 끌어올려야 한다. 생은 그리 녹록지 않다. 오후에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메일을 몇 통 받았지만, 그래도 일어나서 생을 계속해야만 한다.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. 결국 들고 나온 책은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.
지난 몇 달간의 생활이 나에게 남긴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이 든다. 전환기의 매 순간마다 나는 주어진 과제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였다. 머릿속은 항상 안개가 잔뜩 낀 느낌이고, 몸은 항상 무기력함으로 축 쳐진다. 어쩌면 이만큼 온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른다. 그러니 제발 힘을 내어서 한 글자라도 써보도록 하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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